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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알아가다

[1월 독서] 후멜로, 피트 아우돌프의 삶과 정원

by 퓰리쳐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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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멜로」

피트 아우돌프 정원디자이너. 자연형 식재로 세계 곳곳의 공공정원과 개인정원을 디자인 했고, 디자인 하고 있다.

영국의 하우저 앤드 워스 갤러리 정원, 미국 시카고 루리 가든과 뉴욕의 하이라인, 독일 비트라 캠퍼스 등이 대표작이다. 

 

 

 

 뉴욕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정말이지 가장 인상 깊었고, 온전한 내 시간으로 뉴욕을 느꼈던 공간은 바로 그의 대표작 하이라인에서였다. 그 땐 미처 몰랐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 기억속의 하이라인의 풍경이 생생하다. 하이라인 아래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과 건물들 사이에서 1시간 넘게 산책을 했던건 그 길 위의 나무도 풀도 있어서였던 것 같다. 

 뉴욕 도심 한가운데 속 자연풍경을 선사해준 식재가 '그라스', 여러해살이풀이 식재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화려한 큰 꽃도 아닌데 풀이 뭐가 좋다고? 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스스로 느꼈던 경험이 떠오르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전에는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식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하이라인. 어쩌면 나처럼 계절의 시작적 질감이 느껴지는 뉴욕의 하이라인을 걸어보셨던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크게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화려한 색깔도 아닌, 예쁜 꽃도 아닌 여러해살이풀 그라스가 주는 그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받았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들춰보고 싶을 책 곳곳들을 적어본다. 이 책을 만난 건 선물이다. 

 

 

뉴욕 하이라인 풍경

 

 

1.  이 책의 초판은

1944년 10월 27일에 태어난 피트의 7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되었다. 피트는 암스테르담 서부 하를럼 근처, 모래언덕이 있는 작은 마을 블루멘달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했다.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테이서 호프라는 공원이 있었죠. 작은 야생화공원인데 어릴 때 거기 놀러 가길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 공원의 중요성을 미처 몰랐지요."라고 피트는 기억한다. 젊은 시절 페트루스(피트의 정식 이름)는 부모님의 사업을 도왔지만 곧 정원 만들기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결심한 스물다섯 살 즈음 정원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어느 날, 피트가 젊었을 때 하를럼에서 살던 집을 보여 준 기억이 난다. 커다랗게 담장 위로 올라온 대나무의 싱싱한 푸른 잎을 가리키며 자기가 처음으로 심었던 식물 중 하나라고 알려 주었다. 그는 조경시공에 관한 공부를 하고 정원 조성 일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땄다. 처음에는 모든 일을 혼자서 도맡아 했지만 곧 식재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조경시설물과 포장 공사를 담당할 다른 기술자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온화하고 습기가 충분한 기후의 유럽 지방이라면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너무나도 다양한 식물과 사랑에 빠진 여느 사람처럼 피트 역시 곧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피트는 가족과 함께 후멜로(Hummelo) 마을로 이사했다. 우리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피트 아우돌프 정원디자이너
후멜로 초기                                                                                          정원이 가꾸어진 후멜로 정원

 

2.  로지는 "피트에 관해 처음으로 쓴 기사는

 

그가 자신의 식물을 기를 때나 수집하고 육종할 때 마치 자신만의 색을 직접 조색하는 예술가를 닮았다고 했던 글이었어요. 모든 과정은 오롯이 피트의 것이며, 피트는 직접 자신의 팔레트를 만들어 내고 그 팔레트를 현장에 적절하게 사용했지요. 전부 손으로 그린 거의 집착에 가까운 그의 도며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자질을 보여 줍니다. 전 미술학교를 다녔기 떄문에 친구 중에 화가가 많은데, 피트는 제가 아는 다른 조경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정말 화가를 연상시키지요. 피트는 훨씬 더 열정적이고 어떻게 자신을 표현할지 몰라 머뭇거릴 때도 있습니다"라고 기억한다. 그는 또 "모든 일이 차분하고 원만하게 돌아가서 피트가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안야(피트의 부인)의 역할이었어요. 마치 예쑬가를 돕는 뮤즈처럼요"라고 덧붙였다. 

 

 

3.  피트의 디자인 인생에서 가장 중대했던 하나의 사건은

농담과 가벼운 오해에서 시작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1995년에 프라이징 학회의 일정에 포함되었던 독일 남부의 공원과 정원 투어 중에 일어난 일이다. 피트는 차에서 스테판 맛손(스웨덴 공공녹지 담당자) 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는 당시에 스웨덴 중부의 소도시 엔셰핑에서 공원관리자로 일하고 있었다. 스테판은 이렇게 기억한다. "피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육묘장 카탈로그를 보여 주었어요. 그래서 어떤 여러해살이풀이 공공장소에서 잘 자라는지 물었죠. 모든 식물들이 다 잘 자란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자 농담이 하고 싶어졌어요. 그렇다면 엔셰핑에 와서 공원 식재용 디자인을 해 보라고 했죠. 사실 디자인 의뢰를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피트가 아주 진지해지더니 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죠" 

 

 

피트 아우돌프님의  표현으로, 집착과도 같은 도면

 

4. 규모가 큰 디자인 의뢰는

 

첫 전화 연락부터 마지막에 식물을 땅에 심을 때까지 완성하는 데 몇 해가 걸릴 수도 있다. 피트는 베리 코트의 정원디자인에 이어 영국으로부터 다른 의로를 두 건 받았다. 성격이 아주 다르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 정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전반적으로 정원 가꾸기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관광업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더 많은 사람, 특히 은퇴한 세대가 여가를 즐길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찾아갈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다. 영국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대저택과 고성, 그리고 정원 같은 장소가 있긴 했지만 방문할 만한 곳이 다양하지 못하고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각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유적'은 그 무렵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키워드였는데, 많은 사람이 질 높은 현대적 디자인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장소에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운영자 측에서 부부나 가족, 친구들의 관심사가 구세대와는 다른다는 점을 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의 '유적' 안에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일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그곳에서 즐기면서 최대한 오래 머물 수있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멍해진 페이지.
너무 아름다워서 사이트에서 못참고 찾아본 이미지

 

5. 내가 후멜로에 머무를 때면

동이 트자마자 피트가 카메라를 들고 정원에 나가 있는 장면을 보곤 했다. 처음 후멜로를 방문했던 때의 어느 날 아침, 우리는 근처 고개의 정원 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 안개를 헤치며 길을 떠났다. 사진은 사실상 디자이너로서 피트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식물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정원디자이너에게는 이례적인 일로 업계에서는 보통 자신의 홍보를 위해 전문 사진작가의 작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에 자신의 개인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런 방식은 미세한 변화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정원 조경디자인에서 사진은 뺴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된 식재를 볼 때 디자이너의 손길이 의도하는 바가 드러나길 기대한다. 피트 작업의 가장 중요한 측면 가운데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물로 대부분이 예술적인 장치로 이루어졌다고 하겠지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6. 피트의 작업은 왜 호평을 받을까?

그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을 분석하면 아래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피트의 식물 팔레트를 구성하는 종,품종의 신뢰성과 수명

●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흥미로운 식물 구조에 주목하여 전통적으로 쓰던 상록성 식물을 넘어서 식물 레퍼토리, 목록, 선택의 폭 확장

●  조화로움과 통일감이 느껴지고 한눈에 이해가 되는 식재이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복잡성을 지닌 식물 배치

 

 

피트 아우돌프 선생님의 가든 시작과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그라스 

 

7. 어떤 사진가는 피트의 식재는

흑백으로 찍어도 여전히 식재의 많은 특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피트가 늘 꽃 색깔이 아니라 식물의 구조적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구조에 관한 기본 어휘는 기후대에 따라 차이가 나끼 때문에 일반적 논의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피트는 정원사와 디자이너에게 해당 지역에 자라는 믿을 만한 식물들을 전부 살펴보고 그 지역에 맞는 구조 유형을 만들어 내라고 조언한다. 식물 구조의 언어가 결정되면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심을지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객관적 기준을 활용할 수 있다. 피트가 식물을 구분할 때 늘 활용하는 한 가지 핵심적이고 고유한 방식은 구조식물과 채움식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때 채움식물은 짧은 시즌 동안 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식물은 보통 그의 식재디자인에서 약 70퍼센트를 차진한다. 피트가 늘 강조해 온 구조의 또 다른 측면은 식물의 '좋은' 구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색감도 구조도 아름답다 참

 

 

그 과정 속의 도면, 나도 언젠가 꼭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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